본문 바로가기

미국생활 이야기

세상에는 두 가지 영어가 있는데...

세상에는 '돈 쓰는 영어'와 '돈 버는 영어'가 있는데 돈 쓰는 영어야 돈이 다 해결해 주니까 특별히 잘 해야 할 부담이 없다. (영어를 잘 못해도 쇼핑 다 하고, 먹을 것 다 사먹게 된다. 왜냐하면, 듣는 사람이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알아 들으려고 노력하니까...)

블로그 시작하면서 미국생활과 영어 스트레스라는 글에서 미국에서 살아도 영어가 그리 쉽게 늘지는 않는다는 하소연을 한 적이 있지만 그래도 뭐 어쩔 수 없지 하면서 지냈는데 취업준비가 내 마음만큼 결실을 이루지 못하니 요즘에 다시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돈 버는 영어'다. 취업을 위해 지원했던 미국 회사에 서류 심사는 통과해서 전화인터뷰를 포함하여 인터뷰를 몇 번 한 적이 있는데 매번 좌절을 맛 보았다. (서류심사 통과만도 감사할 일이긴 하다. ^^;;)

한국에서는 (영어를 직접 말할 기회가 별로 없으니까) 시험용 영어말고는 영어때문에 고생한 적이 별로 없고, 미국 유학기간 중에도 '돈 쓰는 영어'에는 의사소통에 큰 지장이 없었다. 그리고 '돈 버는 영어'도 제법 했다. 이 학교는 6점 만점의 영어 말하기 시험(Test of Spoken English: TSE)에서 5점 이상 받아야 수업조교(TA)자격을 주는데, 미국 와서 1년 정도 있다 시험에 합격했다. 그래서 학부생들 대상의 경제학  수업 조교를 하면서 연습문제를 풀어주거나, 통계프로그램 사용법 등을 가르쳐 주는 일을 4학기 정도 한 경험도 있다 (TA 안 한 학기는 연구조교(RA)로 일을 함).

그런데도 막상 6년간의 유학생활을 마무리하면서 취업을 해 볼까 하니 영어가 커다란 부담이 되는 것 같다. 취업준비중이라는 글에서 얘기했듯이 거의 대부분의 취업 자리가 경제학 전공이다 보니 (사회과학의 특성상)훌륭한 의사소통능력(Excelent written and oral communication skills)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미 두뇌에서 굳어진 언어체계 속에서 영어는 외국어일 뿐이고 액센트나 억양은 수정하기 힘들고, 현지인들과의 의사소통도 영어로 듣고 한국어로 해석해야 이해가 되고, 하고 싶은 말도 한국어로 생각했다가 머리 속에서 다시 영작을 해서 말해야 하는 2중 구조라 아무래도 완벽한 영어는 어렵다.

지금 (전공분야, 지리적 조건, 연봉 등) 마음에 드는 곳이 하나 있는데 다음 주에 최종 2차 면접을 앞두고 있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기도해 주실거죠? ^^)

* 물론 영어가 미국취업의 전부는 아니다. 학력, 직장경력, 업무능력 등의 조건도 맞아야 취업준비의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가 있는 것이다.

** '영어몰입교육'이 '돈 버는 영어'를 잘 할 수 있게 해줄지는 모르겠다. 돈만 쓰고 결국 '돈 쓰는 영어'만 조금 더 잘 하게 해주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 본문하고는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오늘 이 블로그의 총 방문객이 50만을 넘어섰다.